한국은행 전망(0.3%)의 3배를 웃도는 성장에도 민간소비는 4년여 만에 감소했고, 10월 소비심리도 한 달 만에 꺾였다. 성장의 ‘숫자’와 ‘질’이 엇갈린 한 분기였다.
올해 3분기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6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1.0%, 전년 동기 대비 3.4%였다. 한은이 8월에 제시한 전망치(0.3%)의 3배가 넘고, 발표 전 로이터가 경제전문가 16명을 조사한 예상치(0.7%)도 웃돌았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1%에서 올해 1분기 1.8%로 반등한 뒤 2분기 0.6%, 3분기 1.0%를 기록했다.

성장을 이끈 것은 투자와 수출, 정부 지출이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4.1% 늘어 전 분기(0.2%)보다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고, 연구개발과 소프트웨어 투자를 포함한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2.3% 증가했다. 수출은 반도체와 기계·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2.3% 늘었고(2분기 1.3%), 수입도 원유와 제조용 기계 등이 늘며 2.4% 증가했다. 토목건설이 늘어 건설투자(0.7%)도 한 분기 만에 증가로 돌아섰다. 정부소비는 물건비와 건강보험급여비 지출이 늘어 1.9% 증가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0.2% 감소했다. 승용차와 가전제품 같은 재화는 물론 금융·음식 같은 서비스 소비도 함께 줄었고, 민간소비가 전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전년 동기 대비로는 1.1% 증가). 업종별로 제조업(2.0%)과 건설업(2.0%)은 성장했지만 서비스업은 0.2% 증가에 그쳐 전 분기(1.0%)보다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기여도를 보면 성장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드러난다. 1.0% 성장 가운데 내수가 0.9%포인트를 차지했는데, 설비투자가 0.4%포인트, 정부소비가 0.3%포인트 끌어올린 반면 민간소비는 0.1%포인트 깎았다. 순수출의 기여도는 0.1%포인트로, 올해 1분기(1.1%포인트), 2분기(0.3%포인트)에 이어 계속 줄었다. 헤럴드경제는 주체별로 정부 기여도가 0.8%포인트로 민간(0.2%포인트)의 4배에 달했다고 짚었다. 2분기에는 민간이 1.1%포인트, 정부가 -0.5%포인트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소득 지표는 더 두드러진다. 3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3.4% 늘어 GDP 성장률의 3배를 넘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8.8% 증가해 1977년 4분기(19.0%) 이후 약 49년 만에 가장 높았다. GDI는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을 더한 지표라, 수출 가격 대비 수입 가격 여건이 좋아진 효과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소득 증가가 곧바로 가계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 이번 통계의 특징이다.
심리 지표도 같은 방향이다. 같은 날 한은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5.4로 전월(106.6)보다 1.2포인트 하락했다. 9월 반등(+2.1포인트)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꺾였지만 기준선(100)은 6개월 연속 웃돌았다. 6개 구성지수 중 현재생활형편(93, +1)을 뺀 5개가 하락했다. 향후경기전망은 88로 2포인트 떨어져 4월 이후 가장 낮았고, 현재경기판단(82)과 가계수입전망(101), 소비지출전망(109)도 1포인트씩 내렸다. 취업기회전망(86)과 임금수준전망(122)은 각각 2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국내 증시 조정과 중동지역 충돌 지속, 금리 상승을 원인으로 설명하면서도 높은 성장률과 수출 호조는 소비자심리를 떠받치는 기조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넉 달째 같았다. 다만 한은은 심리조사만으로 실제 소비가 위축될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통화정책 판단에도 변수가 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2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하면서 10월 소비자물가와 3분기 GDP 등 추가 데이터를 확인한 뒤 11월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3분기 성장률이 전망을 크게 웃돌면서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3.3%)도 상향이 불가피해졌고, 성장 상방 위험을 강조해 온 한은의 긴축 기조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민간소비 감소와 소비심리 하락은 이를 상쇄하는 요인이라 물가 지표와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될 전망이다.
결국 3분기 성적표의 핵심은 ‘1.0%’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구성이다. 설비투자와 수출, 정부 지출이 성장을 이끈 반면 가계 소비와 서비스업은 오히려 약해졌다. 앞으로는 투자와 수출의 온기가 소비로 확산되는지, 10월 물가와 11월 금통위 결정이 가계 심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