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릴 줄 알았던 미국, 갑자기 ‘인상’ 걱정

미국 8월 고용이 예상의 세 배로 나오면서 연준이 9월에 오히려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등장했다. 뉴욕증시가 밀렸고, 원/달러 환율은 오늘 다시 1,350원을 넘봤다. 한동안 시장의 관심사는 “미국이 언제 금리를 내리느냐”였다. 그런데 지난 5일 나온 8월 고용보고서 한 장이 분위기를 통째로 뒤집었다. 미국의 8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16만2,000명 늘어 시장 예상치의 약 세 배에 달했고,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을 기록했다. 실업률은 4.1%로 유지됐다. 경기가 식기는커녕 고용이 다시 뜨거워졌다는 신호였다.

문제는 이 숫자가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계속 취업하고 임금을 받으면 소비가 유지되고, 그러면 애써 잡아가던 물가를 다시 끌어내리기가 어려워진다. 물가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 입장에서는 금리를 내릴 명분이 약해진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전망 도구 ‘페드워치’에서 9월 회의 때 금리를 오히려 올릴 가능성은 하루 만에 9%포인트 뛴 58.4%까지 치솟았다. 인하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자리에 인상 시나리오가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4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51% 내린 5만3,414.25에, S&P500지수는 0.38% 하락한 7,718.60에, 나스닥지수는 0.29% 밀린 2만6,506.99에 마감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4.7bp(1bp=0.01%포인트) 오른 4.379%로, 10년물은 4.783%로 올라섰다. 금리가 오르면 미래 이익을 미리 당겨 평가받는 기술주와, 빚을 지렛대로 성장하는 기업일수록 부담이 커진다.

불똥은 한국으로도 튄다. 달러가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7일 다시 1,350원 선 회복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불과 나흘 전 미국 고용 지표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1,350원대 후반까지 내려갔던 환율이, 같은 지표가 반대로 나오자 곧장 방향을 되돌린 셈이다. 다만 반도체 수출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원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상단을 누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 주 코스피의 방향은 미국발 금리 부담과, 실적 기대가 살아 있는 반도체주의 반등세가 힘겨루기를 벌이는 구도로 요약된다.

당장 9월에 미국이 정말 금리를 올릴지는 미지수다. 고용 지표 하나로 통화정책이 곧장 바뀌지는 않으며, 이후 나올 물가 지표가 더 중요한 변수다. 분명한 것은 “완만한 인하”라는 한 방향 기대가 흔들리면서, 당분간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증시와 환율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통화정책 방향은 연준의 공식 회의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이런 흐름은 국내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넘기기 어렵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환율이다. 원자재나 부품을 해외에서 수입해 쓰는 제조업체라면, 환율이 다시 1,350원대로 올라선 것 자체가 원가 부담으로 바로 연결된다. 반대로 수출 비중이 큰 중소기업에는 같은 환율 상승이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업종과 거래 구조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린다. 특히 환헤지 없이 달러 결제 비중이 큰 기업이라면, 이런 변동성 국면에서 결제 시점을 어떻게 분산할지 미리 점검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금리 자체도 부담이다. 미국 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는 신호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폭과 속도에도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나라 금리 차이가 벌어질수록 자본 유출과 환율 불안을 자극할 수 있어, 한은도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출로 사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기대했던 이자 부담 완화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큰 기업이라면, 금리 인하만 바라보고 자금 계획을 짜기보다 당분간 지금 수준의 금리가 이어질 가능성까지 함께 대비해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이런 지표 발표 때마다 시장이 출렁이는 변동성 그 자체다. 환율이나 금리가 한 방향으로 완만하게 움직여준다면 예측하고 대응하기가 한결 수월하지만, 지금처럼 지표 하나에 전망이 뒤집히는 국면에서는 자금 계획을 세울 때도 여유 폭을 넉넉히 잡아두는 편이 낫다. 수출입 대금 결제나 설비 투자처럼 환율·금리에 민감한 의사결정을 앞둔 중소기업이라면, 이번 사례처럼 지표 하나로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점을 다소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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