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오늘 낮 12시 25분, 역대 최다인 위성 15기를 싣고 5차 발사에 나선다. 체계종합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 운용에 본격 참여하면서, 우주 개발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사업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7일 오전 발사관리위원회를 열고 기술·기상 상황 등 발사 조건이 모두 충족됐다고 판단해, 발사 시각을 낮 12시 25분으로 확정했다. 이번 누리호에는 초소형 군집위성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총 15기가 실려, 누리호 발사 역사상 가장 많은 위성을 싣게 된다. 이전 발사에서는 주탑재위성이 1기였지만 이번에는 5기가 편대를 이뤄 한반도를 일정 간격으로 촬영하는 임무를 맡는다. 누리호가 위성 하나를 올려보내는 수준을 넘어 여러 위성을 정해진 궤도에 차례로 배치하는 능력을 시험받는 셈이다.

이번 발사의 또 다른 핵심은 민간의 역할 확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누리호 고도화 사업의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발사체 제작을 주관하며, 75t급 액체엔진 5기와 7t급 엔진 1기의 총조립을 맡고 있다. 발사 운용에서도 발사통제센터 22개 콘솔 중 20개에 민간 체계종합기업이 직접 운용 인원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6차 발사 때는 지상 관제 시스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 운영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제작에서 발사 운용까지 민간이 맡는 이른바 ‘뉴스페이스’ 전환이 한 단계 진전되는 것이다.
민간의 참여는 한화에 그치지 않는다. LG는 계열사 3곳의 부품 5종(카메라 모듈, 배터리팩, 파워모듈, 자세제어 구동기, 위성통신 안테나)을 큐브위성에 실어 우주 환경 실증에 나서며, 궤도 안착 후 약 60일에 걸쳐 작동 시험을 진행한다. 이 검증은 LG사이언스파크가 국내 유일의 달 무인 탐사차량 개발 스타트업인 무인탐사연구소와 협업해 진행했다.
한화의 시선은 누리호 너머를 향한다. 한화는 2040년대 우주산업 청사진을 위해 우주발사체에 23조원, 초저궤도 위성 개발에 20조원 등 총 4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9월 30일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재사용 기술 시연체 총조립에 착수했고, 2028년 고도 500m 수직 이착륙 시험을 거쳐 2030년대 중반 차세대 발사체 1단 재사용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한화는 위성·발사체 기술 시너지를 노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를 시도하며 지분을 15.89%까지 늘렸고, 공정위 기업결합 간이심사 대상에 올랐다.

다만 상업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한화가 상업 우주수송 시장에 본격 진입하려는 2030년대에는 이미 재사용 기술을 축적한 글로벌 민간기업들과 발사 단가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이미 설계된 발사체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누리호를 안정적으로 반복 발사하는 경험이 차세대 발사체와 민간 발사 서비스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중소기업에게도 이 흐름은 남의 일이 아니다. 누리호 사업에는 한화·HD현대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약 300개 중소·중견기업이 엔진, 구조체, 전자·제어장비 등 부품과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는 누리호 발사가 정기적으로 이어지면 부품과 발사 운용 기술이 쌓이면서 관련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사용 시연체 사업에도 비츠로넥스텍과 한양이엔지 등 국내 우주기업이 참여한다. 우주 부품은 실제 비행 이력이 곧 신뢰의 근거가 되는 시장이라, 큐브위성 탑재 실증이나 정부 R&D·실증 사업, 대기업 협력망 진입 같은 경로를 미리 살펴두는 것이 좋다. 진입 장벽이 높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긴 만큼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결국 오늘 발사에서 볼 것은 세 가지다. 군집위성 5기가 목표 궤도에 정확히 안착하는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 운용을 얼마나 독자적으로 소화하는지, 그리고 이 경험이 재사용 발사체와 한화의 43조원 우주 투자 계획으로 이어지는지다. 발사 결과는 확정되는 대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