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전문가들 “미중, 충돌 대신 관리”…대만·무역 핵심 쟁점은 여전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은 미-중 관계의 전면적인 개선보다는 강대국 간 경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한 자리였습니다. 화려한 외교적 의전에도 불구하고, 핵심 현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추가 회동을 약속하며 정상급 외교를 지속하기로 한 점은 앞으로 미-중 갈등을 관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제-무역: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
이번 회담에서 경제-무역 분야의 구체적인 성과는 회담 전의 높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보잉 항공기 구매, 미국산 농산물과 쇠고기 수입, 무역위원회 및 투자위원회 설치 등 여러 사안이 논의되었으나, 그 규모나 이행 방식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중국이 구조적 양보나 핵심 정책 변화 없이 미국의 고율 관세 및 기술 통제 유예를 연장받은 결과로 해석됩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스콧 케네디 선임고문은 이번 회담이 중국에 유리한 협상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중국은 민감한 산업 정책이나 글로벌 불균형 같은 껄끄러운 쟁점들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도 실질적인 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입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웬디 커틀러 부소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가 재발급의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농촌 지지층을 만족시키려면, 중국이 대두를 포함한 다른 농산물에 대한 대규모 다년 구매 약속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성과물이 대체로 가볍지만, 시 주석의 9월24일 워싱턴 방문 일정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양국 정상이 고위급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대만 문제: 정책 변화 부재 속 불안감
대만 문제는 이번 회담의 가장 민감한 미해결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의 핵심 레드라인으로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기존 대만 정책을 공개적으로 변경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스팀슨센터 마이클 커닝햄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대만 무기 판매 문제를 "매우 상세히 논의했다"고 언급한 점이 대만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향후 대만 무기 판매 승인 여부와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미국 경유 허용 문제가 이번 회담의 성격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미국이 무기 판매를 승인하면 대만에 큰 사기를 진작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판매 거부나 규모 축소는 우려를 키울 수 있습니다. 특히 라이 총통의 미국 경유 일정은 중국에 더 민감한 사안이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중국의 ‘건설적 전략 안정’ 구상
중국이 전면에 내세운 ‘건설적 전략 안정’은 향후 미-중 관계를 규정할 새로운 운영체제로 부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표현이 전적으로 중국에서 새로 나온 것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윤선 국장은 이 표현이 △협력을 중심으로 한 안정 △제한된 경쟁 △통제 가능한 이견 △지속 가능한 평화라는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대만 무기 판매나 대중 무역 조사에 나설 경우, 중국이 이를 ‘건설적 전략 안정’에 반하는 조처라고 주장하며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더아시아그룹 메데이로스 수석고문은 이 표현의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 표현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메데이로스 수석고문은 중국이 이러한 틀을 관계의 조건을 정의하기 위한 일종의 ‘함정’처럼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경계했습니다. 또한 미국 측에서는 이 새로운 관계의 틀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사람이 없다는 점을 들어 섣부른 의미 부여에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란-호르무즈: 원칙적 공감, 행동 부족
이란과 호르무즈해협 문제에서는 양국이 원칙적인 공감대를 확인했지만, 중국의 구체적인 행동 약속은 부족하다는 평가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호르무즈해협의 자유항행 보장과 이란의 핵무기 보유 반대에 동의했다고 강조했지만, 중국이 실제로 이란을 압박하는 조처에 나설지는 불투명합니다.
스팀슨센터 로버트 매닝 특별연구원은 중국의 이러한 원칙적 동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아무 비용도 들지 않는 일입니다."
그는 중국 외교의 극단적인 ‘위험 회피’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선 국장도 중국이 이번 회담을 철저히 미-중 간 ‘양자 현안’ 중심으로 보았기에 지역 분쟁인 이란 문제를 발표문에서 제외했을 것이며, 실질적인 압박 조처에는 신중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공동창립자 겸 부소장 징 치엔은 이란, 에너지 안보, 호르무즈해협 문제가 의제로 오른 것은 미-중 논의가 양자 현안을 넘어 글로벌 공동 위험 관리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동맹국의 ‘작은 G2’ 우려 및 희토류
이번 회담은 한국, 일본, 대만 등 미국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에게도 복잡한 신호를 남겼다는 평가입니다. 미-중 두 강대국이 양자 정상외교를 통해 아시아 질서의 핵심 현안을 직접 조율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커트 캠벨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번 회담에 대해 "약간 G2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미-중 두 강대국이 아시아 위에 올라서 주변국들의 이해에 영향을 미치는 큰 결정을 내리는 듯한 인상이 한국, 일본,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더아시아그룹 메데이로스 수석고문은 중국이 ‘건설적 전략 안정’ 표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세계 질서를 함께 설계하는 이미지를 만들려 한다고 우려하며, 이를 ‘미묘하게 G2의 냄새가 난다’고 평했습니다. G2 구상이 현실화될 경우, 미-중 양자 합의로 세계 질서가 관리되어 동맹국들이 자국 이해와 직결된 사안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은 심각한 우려를 낳습니다. 그는 특히 과거 미국 내 강경파가 “중국 굴복”이라며 맹비난했던 G2 구상이 최근 마가(MAGA) 성향 매체와 트럼프 지지층 사이에서 오히려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역설적 상황을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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