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19일부터 사흘간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을 열고 디지털 트윈과 공장 특화 AI 에이전트 등 제조 신기술 200여 건을 공개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19일부터 21일까지 경기 의왕연구소에서 스마트 팩토리 기술 전시회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2026’을 열었다. 이포레스트(E-FOREST)는 현대차·기아의 스마트 팩토리 브랜드로, 이 행사는 제조솔루션본부와 협력사가 한 해 동안 개발한 기술을 모아 공유하는 자리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에는 제조 신기술 200여 건이 전시됐다.

올해 행사의 키워드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Software Defined Factory)이다. 공장 데이터를 통일된 체계로 수집·관리하고 공통 개발 환경을 만들어, 그 위에서 개발한 제조 솔루션을 국내외 생산 거점에 빠르게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드웨어 설비를 늘리는 데서 벗어나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로 공장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는 SDF 추진 기반 기술, 자율화·자동화, 에너지 솔루션, 미래 모빌리티 네 갈래로 구성됐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디지털 트윈이다. 쉽게 말해 실제 공장 설비와 연동된 ‘쌍둥이 공장’을 컴퓨터 속 가상공간에 만들어 두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비행기 조종사가 실제 비행 전에 시뮬레이터로 훈련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현장에서는 가상현실(VR) 장비로 이 기술을 시연했다. 여기에 공장 업무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도 공개됐다. 생산 데이터를 조회하고 해석하고, 제조 노하우를 검색하고, 설비 매뉴얼을 만드는 일을 맡는다.

자동화 분야에서는 ‘터널형 외관검사 비전 기술’이 대표 기술로 꼽혔다. 차량이 터널 형태의 장치를 통과하는 동안 3차원 시뮬레이션으로 외관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외부 전문 업체 시스템에 의존하던 영역을 현대차·기아가 자체 개발했다. 앞으로 국내외 공장에 적용을 넓힐 계획이다. 이 밖에 로봇 경로 자동 생성 기술과 도어 가니시 자동 장착 기술 등도 시연됐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설계 데이터만으로 금형 없이 형상을 구현하는 적층 제조 기술(재료를 층층이 쌓아 부품을 만드는 3D프린팅 계열 기술)과 새로운 성형 기술이, 에너지 분야에서는 친환경 공장 운영을 위한 스마트 기술이 소개됐다.
행사 기간에는 신제조기술 발표 대회와 협력사 세미나도 열린다. 발표 대회에서는 글로벌 생산공장의 경쟁력을 높인 신기술 사례를 공유하고, 협력사 세미나에서는 피지컬 AI, 데이터 기반 제조 혁신, 제조 AI를 주제로 협업 방안을 논의한다. 협력사와 함께 개발한 기술을 나누는 행사인 만큼, 공장 혁신이 완성차 업체 한 곳에 그치지 않고 부품·설비 협력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완성차 업계에서 생산 경쟁력은 설비 규모만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공정을 얼마나 유연하고 정밀하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갈리고 있다. 공장 혁신은 당장 매출로 집계되지는 않지만 품질과 생산 효율, 장기적인 원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결국 이번에 공개된 기술들이 실제 생산 현장에 얼마나 빨리 적용되고 글로벌 공장으로 확산되느냐가 현대차·기아 SDF 전략의 성과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