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 두 달 새 10% 강세…외국인 수급·엔화 반등에 환율 흐름 바뀌나
원·달러 1,560원대에서 1,400원 아래로…외국인 매도 둔화·한미 금리차 축소에 원화 강세 여건 확대
원·달러 환율이 두 달여 만에 160원 이상 떨어지면서 외환시장의 분위기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연초 이후 원화 약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자금 이탈이 둔화하고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나타나면서 추가적인 원화 강세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초 달러당 1,560원대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8월 들어 1,400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환율 하락 폭만 놓고 보면 두 달여 만에 원화 가치가 10% 이상 상승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 원화 약세는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컸다. 한국은 높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갔고,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도 이전보다 축소됐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 확대와 금리차 축소는 원화 가치 상승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배경에는 금융시장의 달러 수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까지 겹치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했다.

올해 1월부터 7월 사이 국내 가계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145억 달러였지만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1,237억 달러에 달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에 따른 자금 유출이 환율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구조다. 하지만 8월 들어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가 이전보다 약해지면서 외환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인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장기간의 매도 여파로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때 60%에 가까웠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46% 수준까지 떨어지며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진 데다 향후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방향이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동안 외국인의 대규모 국내 주식 매도가 원화 약세를 키웠다면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경우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동시에 안정을 찾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 방향을 결정할 또 다른 변수는 일본 엔화다. 원화는 동북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위안화와 엔화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로 평가된다. 중국 위안화는 지난해 4월 이후 달러 대비 강세 흐름을 보이며 약 8% 가치가 상승했다.
반면, 엔화는 올해 7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4엔에 가까워지며 198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과 일본 기업이 자동차와 전자, 기계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경쟁하는 만큼 엔화의 급격한 약세는 원화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최근에는 엔화 흐름에도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지나친 엔화 약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현재 미국 역시 대규모 무역적자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관세 정책만으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면 달러 가치 조정이 또 하나의 정책 수단으로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위안화가 이미 강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엔화마저 반등할 경우 원화가 홀로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달러 약세는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변수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신흥국 증시와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과거 대규모 달러 약세 국면에서는 국내 증시가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인 사례가 적지 않았다. 현재 국내 외환시장은 경상수지 흑자와 한미 금리차 축소라는 기본적인 원화 강세 요인에 외국인 매도 둔화라는 변화가 더해지고 있다. 향후 엔화 강세까지 확인될 경우 원화 상승을 제약했던 요인들이 상당 부분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달러의 중장기 방향이 약세로 전환된다면 외환시장뿐 아니라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흐름 역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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