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크라우드펀딩 연간 발행한도를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리고 프로젝트 투자 대상 업종도 넓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벤처캐피탈 투자 전 단계 초기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선택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1일, 온라인소액투자중개 이른바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할 수 있는 연간 발행한도를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두 배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스타트업이나 초기 중소기업이 다수의 개인투자자로부터 소액씩 자금을 모아 조달하는 방식으로,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를 통해 이뤄진다. 그동안은 연간 15억원이라는 한도 탓에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오른 기업조차 한 번의 라운드로 필요한 자금을 다 채우지 못하고 벤처캐피탈 같은 다른 투자자를 별도로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개편은 이 한도를 손보는 동시에 그동안 발목을 잡던 몇 가지 제약도 함께 풀었다.
우선 발행한도는 주식형에 한해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되고, 채권형은 기존 15억원 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프로젝트 투자 대상 업종의 확대다. 그동안은 특정 업종에만 프로젝트형 투자가 허용됐는데, 앞으로는 금융·보험업과 부동산업, 유흥업 등 일부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업종이 대상이 된다. 이는 기존에 허용 업종을 하나하나 나열하던 방식에서, 금지 업종만 콕 짚어 정하고 나머지는 전부 허용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 틀 자체를 바꾼 것이어서, 앞으로 새로운 업종의 사업 모델이 등장해도 규정을 일일이 개정하지 않고 시장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도 있다. 프로젝트 투자 시 중소기업이 확보해야 했던 수익지분 비중 요건도 기존 7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낮아져 자금 조달 구조를 짤 때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의 등록 유지 요건은 오히려 강화된다.
이 개편이 중소기업, 특히 아직 벤처캐피탈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초기 단계 기업에 중요한 이유는 자금 조달의 선택지가 한층 유연해졌기 때문이다. 한 번의 크라우드펀딩 라운드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나면 후속 투자 유치까지 걸리는 시간을 벌 수 있고, 프로젝트 투자 대상 업종이 넓어지면서 그동안 크라우드펀딩 자체를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던 업종의 기업들도 새롭게 선택지에 넣어볼 만해졌다.

이번 조치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앞서 발표한 ‘크라우드펀딩 발전방안’의 후속 조치라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즉 한 번의 규제 완화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크라우드펀딩을 초기 기업의 정식 자금조달 수단으로 키우겠다는 중장기 정책 방향의 한 단계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자금 조달 단계로 보면 크라우드펀딩은 통상 창업 초기 정책자금·엔젤투자와,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른 뒤의 벤처캐피탈 투자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이번 한도 확대로 그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구간의 폭 자체가 넓어진 셈이어서, 매출은 나기 시작했지만 아직 기관투자자를 설득할 트랙레코드가 부족한 기업이라면 이 구간을 한 번 더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아직 입법예고 단계로, 다음 날부터 12월 1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확정된다. 실제 시행 시점과 세부 요건은 이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으므로, 크라우드펀딩을 자금 조달 수단으로 고려 중인 기업이라면 지금은 사업계획서와 투자설명자료를 미리 정비해두면서 최종 확정안이 나오는 시점을 지켜보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다.
정책자금이나 은행 대출만으로는 성장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초기 기업 입장에서, 이번 한도 확대는 벤처캐피탈 투자 유치 전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다리 하나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크라우드펀딩 역시 투자 유치인 만큼 지분 희석이나 투자자 대상 정보 공시 의무 등 구체적인 조건은 사안별로 달라질 수 있어, 진행 전 전문가와 함께 구조를 검토해두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