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유치 207% 급증, 중기 자금조달 전략은

올해 1~9월 국내 스타트업 투자유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7% 급증한 것으로 집계되며, AI·딥테크 쏠림 속 중소기업의 투자유치 전략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시장조사기관 트랙슨(Tracxn)의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스타트업은 344건의 지분 투자 라운드를 통해 38억 6천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 2천억원을 유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71건, 12억 5천만달러)과 비교하면 투자 규모가 207% 넘게 불어난 수치로, 침체됐던 벤처투자 시장이 올해 들어 뚜렷하게 되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보고서는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스타트업이 3만1천여 개에 이르고, 이 가운데 9,480개사가 지금까지 누적 1,150억달러(약 158조원) 규모의 벤처·사모펀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집계해, 이번 급증이 상당한 규모의 기존 생태계 위에서 일어난 변화임을 보여준다.

다만 이 회복세는 모든 업종에 고르게 퍼진 것이 아니다. 보고서는 AI, 반도체, 로봇공학, 생명공학, 핀테크, 산업용 소프트웨어 등 소수의 핵심 분야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대표적으로 GPU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AI 인프라 스타트업이 2,000억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추진하며 국책 펀드까지 투자 참여를 검토한 사례가 거론될 정도로, 이번 호황은 AI·딥테크를 중심으로 한 쏠림 현상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쏠림은 다른 통계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된다. 한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기업의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중 100억원 이상 대형 딜은 141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67% 늘었는데, 이 대형 딜들이 전체 투자 금액의 9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AI·로보틱스 분야 투자액만 2조6,85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5.2% 급증해 전체 증가율을 훨씬 웃돌았다. 한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에서는 올해 1분기 100억원 이상 대형 딜 57건 가운데 95.2%가 딥테크에 쏠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돈의 총량은 커졌지만, 그 돈이 극소수의 큰 딜과 특정 업종에 몰리는 ‘선별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런 흐름은 해당 업종이 아닌 중소기업에는 오히려 체감 격차로 다가올 수 있다. 전체 투자 규모는 커졌지만 자금이 특정 분야에 몰리는 만큼, 전통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중소기업이 같은 방식으로 민간 벤처투자를 유치하기는 상대적으로 더 까다로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초기 투자(창업 3년 이하 기업) 비중은 2022년 27%에서 올해 1분기 20%까지 떨어졌고, 투자의 지역 쏠림도 뚜렷해 수도권 투자 비중이 8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벤처투자 규모가 커진 것과 별개로 스타트업 업계 전반의 채용 여력은 오히려 둔화됐다는 조사 결과도 함께 나오고 있어, 외형 성장과 내실 사이의 온도 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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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양극화를 완충하는 역할은 상당 부분 정책자금이 맡고 있다. 정부는 ‘모두의 창업’, ‘AI 3대 강국’, ‘국민성장펀드’ 등의 정책 패키지와 함께,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약 4억7,500만달러)나 ‘서울 비전 2030 펀드’ 같은 공적 자금을 통해 민간 투자를 끌어오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과도한 정부 자금 공급이 기업가치 거품과 민간 자율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는 만큼, 정책자금 역시 무조건적인 해답은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민간 투자 유치에만 의존하기보다 정책금융과 정부 주도 펀드를 함께 살펴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들이 운영하는 모태펀드 연계 투자, 지역 신용보증기금의 보증부 대출, 업종 특화 정책자금 등은 민간 투자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에도 열려 있는 통로다. 아울러 크라우드펀딩이나 지자체의 투자유치 역량강화 지원사업을 통해 IR 자료 작성과 투자자 매칭을 지원받는 방법도 함께 고려할 만하다.

결국 투자자들이 어떤 성장 스토리에 반응하는지를 파악하고, 자사 사업이 AI·디지털 전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한 숫자와 사례로 제시하는 것이 투자유치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업종이 비주류로 분류되더라도 기술 접목 포인트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투자자의 관심을 끌 여지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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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시장의 양극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소기업으로서는 정책자금과 민간 투자를 병행하는 다각화된 자금조달 전략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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