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광풍, 회사채 시장 상식을 뒤집다

금리가 올라도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이 오히려 늘어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며, AI 데이터센터·칩 구매 자금을 빚으로 메우는 흐름에 신용시장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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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보도된 블룸버그 집계(10일 현지시간 기준)에 따르면 올해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기업이 투자자에게 돈을 빌리며 발행하는 채권)는 1조 6,900억달러(약 2,270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늘었다. 같은 기간 회사채 평균 수익률은 약 1.2%포인트 올라 5.97%(8일 기준)를 기록했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이 빚내기를 꺼려 발행이 줄어드는 것이 2025년까지 10년간의 상식이었는데, 올해는 금리와 발행량이 함께 오르며 이 공식이 거꾸로 가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는 AI 데이터센터와 칩 구매에 사활을 건 빅테크가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 AI 칩을 사들이기 위해 400억달러(약 54조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은행 대출 약 100억달러와 투자등급 채권 약 300억달러를 섞는 구조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주도하고 핌코 등이 참여를 논의하고 있다. 머스크가 짓는 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2’의 칩 수를 12월까지 두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논의가 초기 단계라 성사 없이 끝날 수도 있다고 전했고, FT는 거래가 2027년에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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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빅테크도 같은 길을 걷는다. 오라클은 올해 초 AMD, 메타, 엔비디아, 오픈AI, 틱톡, xAI 등 고객사의 클라우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부채와 지분을 합쳐 450억~500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주식 연계 증권 등으로 충당하는 계획이다. 메타는 사모대출사 블루아울과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273억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해 루이지애나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 자금을 마련했다. 이 채권은 스페이스X의 대규모 조달설이 나온 7일 약세를 보였다.

돈을 빌리는 쪽의 부담이 커지자 빌려주는 쪽이 요구하는 이자도 뛰고 있다. 모건스탠리 리서치에 따르면 오라클의 10년 만기 달러 채권 수익률은 7.5%까지 올랐는데, 우량 기업으로 분류되는 빅테크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스페이스X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채무불이행에 대비하는 보험 성격의 금융상품) 가격은 7일 장중 197.6bp까지 오르며 최고치를 새로 썼다. CDS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부도 위험을 그만큼 높게 본다는 뜻이다.

반대로 AI와 무관한 일반 기업은 여전히 금리에 민감하다. 같은 주 미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액은 114억달러로 시장 예상치(250억~300억달러)에 크게 못 미쳤고, 전 세계 투자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약 5.5%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0.5%포인트 이내까지 다가섰다. 일반 기업이 물러난 자리를 빅테크의 물량이 채우는 모양새다. 바클레이스는 내년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 빅테크)의 설비투자가 약 1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여 고금리에도 AI 관련 채권 발행은 둔화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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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금의 AI 투자 붐은 기업들이 벌어들인 현금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고, 그 간극을 채권시장이 메우고 있다. 앞서 8월 소개한 ‘빅테크 AI 채권과 미국 국채금리’ 흐름이 한층 뚜렷해진 셈이다. 데이터센터와 칩에 쏟아붓는 돈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속도보다 빚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면, 신용시장의 경고음은 한동안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빅테크의 조달 여건이 빡빡해져 투자 속도를 조절하게 되면 HBM 등 메모리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지켜볼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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