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비사업 조합의 위법행위 특별점검에 나서는 가운데, 올해 수도권 주택 착공은 목표에 크게 못 미쳐 연말까지의 속도가 ‘공급 정책의 첫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의 위법행위를 집중 점검한다. 국무조정실 부동산감독추진단은 14일 제21차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협의회를 열고, 국토교통부가 19일부터 관계기관 합동 정비사업 조합 특별현장점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공사비 산정과 증액 과정이 적정한지, 공사비 계약과 검증 관련 법령을 지켰는지 집중 확인한다. 정비사업은 낡은 주거지를 헐고 새 아파트를 짓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다.

점검 대상은 전수조사를 거쳐 추려졌다. 국토부가 지방정부와 함께 관내 정비사업 568곳을 조사했더니 공사비 검증 대상인데도 검증을 하지 않은 구역이 138곳이었고, 이 중 16곳이 특별점검 대상으로 선정됐다. 법령 위반이 확인되면 시정명령과 행정지도가 내려지고, 횡령·배임·사기 같은 중대 범죄 혐의가 나오면 수사를 의뢰한다. 점검 대상이 아닌 사업장에는 조합이 스스로 검증하도록 행정지도한다.
청약 시장에 대한 단속도 이어졌다. 경찰은 2024년 3월부터 특별공급 당첨 가능성이 높은 청약통장을 불법으로 사고팔고, 당첨된 분양권을 전매제한 기간에 불법 전매·알선한 브로커 일당 39명을 검거했다. 한 브로커는 서울·경기권 아파트의 청약통장을 3,000만~5,000만원에 사들인 혐의를 받는다. 부정청약으로 확정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과 함께 주택 환수, 계약금 몰수, 청약자격 제한이 이뤄진다.
한편 공급 현장의 성적표는 아직 더디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공공주택 착공은 3분기까지 1만 7,000가구(잠정)로 연간 목표 6만 2,000가구의 27.4%에 그쳤고, 목표를 채우려면 4분기에만 약 4만 5,000가구를 착공해야 한다. 민간까지 합친 수도권 전체도 9·7 공급대책에 따른 올해 목표 26만 8,000가구 가운데 8월까지 8만 6,739가구(32.4%)에 머물렀다. 남은 물량 18만 1,261가구는 지난해 연간 착공 물량(16만 6,800가구)보다 많다는 국회 의원실 집계도 나왔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도 7일 국정감사에서 100% 달성은 어렵다며 목표의 80~88% 달성을 전망했다.

정부는 공급 독려에 힘을 싣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엎드릴 각오로 임하라”고 주문했고, 13일 국무회의에서는 주택 공급을 일자리 안정, 포용금융과 함께 ‘3대 핵심 사회정책’으로 꼽았다. 국토부 장·차관과 LH 사장은 3기 신도시와 정비사업 현장을 잇따라 점검하고 있고,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을 단계별로 지원하는 범부처 통합 지원기구도 조만간 출범시킬 계획이다.
회복 신호도 있다.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인허가는 3만 4,017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4% 늘었고, 착공은 1만 5,656가구로 34.3% 늘었다. 문제는 인허가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단계다. 홍 장관은 수도권 규제 지역에도 금융과 규제 문제로 인허가 후 착공하지 못한 사업장이 상당하다고 진단했고, 전문가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자체의 전망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방식) 부실과 공사비 상승을 공급 차질의 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이번 점검과 착공 실적은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공사비를 둘러싼 불투명한 관행을 바로잡아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 그리고 4분기에 몰린 착공 물량을 실제로 소화할 수 있을지다. 공사비 검증이 사업 지연 요인이 될 수도, 조합원 피해를 줄이는 안전장치가 될 수도 있어 점검 결과가 주목된다. 건설 현장은 자재와 설비, 인테리어 등 다양한 중소기업과 연결된 산업인 만큼, 착공 속도는 공급 정책을 넘어 관련 업계의 일감과도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