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지만, 코스피는 예상보다 차분하게 이를 받아넘겼다.

17일 코스피 시장은 개장 초 0.91% 오른 6778선까지 치솟았다가, 결국 전날보다 0.04% 내린 6715.41로 약보합 마감했다. 하루 사이 벌어진 이 롤러코스터의 배경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결정이 있었다. 연준은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상향했는데, 이는 2023년 7월 이후 약 3년 2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었다. 이번 결정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 12명 전원이 찬성한 만장일치 인상이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었다.
그동안 시장의 관심사는 “언제 금리를 내릴 것인가”에 쏠려 있었던 만큼, 인상 전환 자체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더구나 점도표에서는 연준 위원 18명 중 16명이 연내 추가 인상을 예상했고, 그중 4명은 0.5%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 전망치도 기존 3.8%에서 4.1%로 상향 조정되면서, 시장은 이를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신호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회의 직후 나온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발언까지 매파적 색채를 더하면서, 간밤 미국 증시도 약세로 마감한 채 국내 시장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코스피 낙폭이 0.04%에 그친 것은 이번 인상이 미리 예고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회의 직전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93%를 웃돌았던 만큼, 실제 결정은 새로운 충격이라기보다 ‘확인 사살’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세가 진정된 점도 투자심리를 다독이는 요인이 됐다.
수급 구도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날의 균형이 왜 유지됐는지가 드러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2조2,800억원 안팎을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분을 갉아먹었지만, 자사주 매입 물량을 낀 기타법인이 1조7,000억원 넘게 순매수하고 개인과 기관도 각각 소폭 순매수에 나서면서 낙폭을 방어했다. 만약 이 매수 주체들이 없었다면 코스피는 훨씬 더 크게 흔들렸을 수 있다는 뜻이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382.2원으로 전일 대비 13.6원 올라, 3주 만에 다시 1,380원대로 올라섰다. 한미 금리차는 이번 인상으로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됐다.
종목별로는 온도차가 뚜렷했다. 삼성전자(0.39% 하락)와 SK하이닉스(0.80% 하락) 등 반도체 대형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는데, 외국인이 고금리 장기화를 경계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반도체 비중을 줄이고 다른 업종으로 자금을 옮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조선·방산·금융주는 강세를 보였는데, HD현대중공업은 하루 만에 6.58% 급등했고 한화시스템도 아랍에미리트(UAE) 통합 대공망 구축 참여 추진 소식에 12.65% 뛰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3.98%)와 현대로템(2.34%) 등 다른 방산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고, KB금융(1.41%)·신한지주(1.07%)·하나금융지주(0.59%) 등 은행주 역시 금리 인상기에 유리한 업종으로 꼽히며 상승했다. 흥미로운 건 외국인이 반도체는 팔면서도 코스피200 선물에서는 오히려 매수 우위를 보였다는 점인데, 이는 외국인이 코스피 전체 비중을 줄이는 국면이라기보다 업종별로 선별적인 매매를 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인상이 추세적인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상 자체가 증시 추세 하락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지 않았고, 금리 인상기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9.1%로 오히려 금리 인하기의 0.1%보다 높았다”며 “당시 경기나 이익 사이클이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즉 금리의 방향 그 자체보다, 그 금리 인상이 어떤 경제 상황에서 나왔는지가 증시에는 더 중요한 변수라는 뜻이다. 이번 인상도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무작정 비관할 이유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이번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방증이자,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국내 증시로서는 외국인 자금 흐름과 환율 변동성을 함께 지켜봐야 하는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시장은 앞으로 나올 연준 위원들의 발언과 다음 고용·물가 지표를 통해 추가 인상 속도를 가늠하려 할 것으로 보이며, 증권가에서는 결국 다가올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확인해야 방향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