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손’ 트럼프, ‘대등 관계’ 규정 시진핑…미-중 ‘불안한 휴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3-15일 중국 방문은 양국 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실질적인 성과는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를 강조하며 중국의 변화된 위상을 명확히 했지만, 미-중 간 주요 현안들은 여전히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불안정한 패권 경쟁 구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의 제한적 성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 중 중국과의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자평했으나, 경제 분야의 실질적인 성과는 대부분 후속 협상 과제로 남겨졌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관세, 농산물 시장 접근, 항공기 거래 등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품목이나 거래 규모에 대한 세부 정보는 공개되지 않아 양국 간 합의가 충분히 진전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르몽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보잉 항공기 200대 주문이 중국 당국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으며, 설령 사실이라 해도 당초 예상했던 500대나 2017년 합의된 300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합니다. 이처럼 표면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무역 불균형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새로운 미-중 관계 정립의 시도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중 관계를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틀로 규정하는 데 합의했음을 강조했습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 관계가 다음과 같아야 함을 설명했습니다.
"협력을 주축으로 한 안정, 경쟁이 통제된 안정, 분쟁이 관리 가능한 안정, 평화가 기대 가능한 안정이어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이 이 개념을 정상회담 내내 반복적으로 내세웠다고 보도하며, 중국이 미국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넘어서서는 안 될 레드라인(한계선)을 가진 동등한 강대국"
으로 중국을 받아들이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입니다. 이는 양국 간 변화된 힘의 균형을 반영하려는 중국의 의도로 해석됩니다.
변화된 힘의 균형과 중국의 입장
미국과 중국 간 힘의 균형 변화는 중국이 새로운 관계 설정을 시도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고율 관세 정책을 추진했다가 철회했던 경험은 중국에 자국의 위상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러한 상황을 활용하여 중국을 미국과 동등한 지위에 두며, 미국을 보복의 대상이 아닌 협력의 상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스콧 케네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년 전 미국이 145% 관세로 중국과 나머지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밀어붙이려 했던 때와 비교하면, 우리는 반혁명을 겪었고 다시 안정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양국 관계가 이전의 극단적인 대립 국면에서 벗어나 일정 부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합니다.
대만 문제의 민감성 증가
이번 회담 이후 대만 문제는 더욱 민감한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왕 부장은 시 주석의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대만 문제가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임을 천명하고,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 평화는 양립할 수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후 발언은 대만의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대만에 대한 추가 무기 판매를 '협상 칩'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대만의 불안감을 증폭시켰습니다. 그는 대만을 '매우 작은 섬'으로 지칭하며 '누군가가 미국이 우리를 밀어주니 독립하자고 말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대만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충돌할 수 있다는 시 주석의 경고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합니다.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의 간극
이란과 호르무즈해협 문제에서도 미-중 양국의 입장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호르무즈해협의 개방 유지를 동의했다고 발표했으나, 중국 외교 당국은 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반복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이란 정책에 대한 중국의 비동의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이란 관련 사안을 해결하기 위한 중국의 공개적인 지원 약속을 얻어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푸충 주유엔 중국대사는 미국이 추진하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규탄 결의안에 대해 내용과 시기가 모두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하며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마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은 미-중 관계의 급격한 악화를 방지하고 대화 채널을 재건하는 데 기여했지만, 미국이 기대했던 실질적인 성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중국은 이번 기회를 활용하여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미국과의 대등한 위상을 확고히 하고자 했습니다.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중국 전문가 크레이그 싱글턴은 다음과 같이 평가했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에 안정성을 부여했지만 교착 상태는 그대로 남았다"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에 일시적인 안정성을 가져왔으나, 핵심 쟁점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불안정한 교착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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